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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올해 여섯살 애에요. 내 이름 큰유진이구요. 우리 집 식구라고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엄마 뿐이에요. shit. 외삼촌 빼먹었어요.

 음악하는 외삼촌은 지금 중학교 다녀요. 밥 먹을 때 말고는 집 안 와서 잘 못 봐요. 깜빡하지만 보면 알아요!

우리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데 스물네 살이고 과부예요. 과부? 영어로 뭔지 몰라요. 하지만 다들 나보고 과부 자식이라고 하니까 우리 엄마는 과부 맞아요. 남들은 아빠가 있는데 나는 없으니까, 나 아빠 없다고 과부 자식 하는 거예요? 사람들 나빠요.

청우형, 아니 외할머니가 아빠 죽었다? 돌아가셨다고 했어요. 나 태어나기 전에 아빠 죽었어요. 엄마랑 결혼하고 일 년 만에. 아빠 집? 아빠 홈타운 여기서 멀어요. 그런데 선생님이라 여기까지 왔다가 하늘 갔어요. 나는 아빠 얼굴 몰라요. 근데 키 커서 큰 씨에요. 한국 큰 씨 없어요? 우리 아빠 큰세진 맞아요.

아빠 사진은 봤는데 잘생겼어요. 나만큼 잘생겼는데 얼마나 큰지 못 본 거 아쉬워요. 엄마가 사진 치우라고 했는데 어디다 뒀는지 까먹었어요. 나 없을 때 아현형, 아니 엄마가 보는 것 같은데 모르겠어요. 나도 세진형 사진 보고 싶어요.

아빠 하늘 가기 전에 우리 먹고살 거 남겨두고 갔어요. 추수감사절 때 엄마 따라서 작은 산 가서 밤이랑 닭이랑 먹었어요. 거기 우리 땅이에요. 엄마가 우리 땅이랬어요! 그래서 우리 안 굶어 죽어요. 그런데 반찬이랑 피자 살 돈은 없어요. 그래서 엄마가 무용해서 돈 벌어요. 무대 나가서 발레하구 그걸로 돈 벌어서 피자도 사고 콜라도 사고 내가 먹을 거 사준다고 했어요.

지금 우리 집 엄마랑 나밖에 없는데, 아빠 있던 사랑방 비어서 김래빈이 그 방 썼어요. 
No, 외삼촌이 썼어요. 엄마 심부름하고 방 쓰러 왔댔어요.

나 또 말할 거 있어요! 나 원래 유치원 가기로 했는데, 어? 나 유치원 안 가요. 나 성인이에요. 아, 미안해요. 나 유치원 가요. 유치원 간다고 자랑했는데 큰외삼촌이, 외삼촌 김래빈 형님, 그러니까 배세진 형이 모르는 사람이랑 말하고 있었어요. 배세진 형이 나를 보더니

"유진아."

하고 불렀어요.

"유진아, 이리 와서 아저씨께 인사드려."

나는 어째 영 아니꼬워서 안 갔는데 그 낯선 손님이,

"아, 그 애기 참 곱다. 자네 조카인가?"

하고 배세진형삼촌한테 물어봤어요. 그러니까 형이,

"응, 내 누이의 딸……세진 군의 유복남 외아들일세."

했어요.

"유진아, 이리 온, 응! 그 눈은 꼭 아버지를 닮았구나."

하고 낯선 사람이 말했어요. 

"자, 유진아, 커단 청년이 왜 저 모양이야. 어서 와서 이 아저씨께 인사드려라. 네 아버지의 옛날 친구신데, 오늘부터 이 사랑에 계실 거야. 인사 여쭙고 친해 두어야지."

세진이 형 뭐라고 하는 지 하나도 못 알아 먹겠어요. 하지만 사람 오는 거 재밌습니다. 그래서 아저씨 앞에 가서 꾸벅하고 안마당으로 뛰어갔어요. 낯선 아저씨랑 배세진형이 크게 웃었어요. 안 어울려요!

나는 안방으로 들어오는 엄마 붙들고 말했어요.

"아현 형! 사랑에 세진이 형이 아저씨를 데리고 왔는데, 그 아저씨가 사랑에 있겠대."

내가 이렇게 말하니까,

"응, 그래."

하고, 어머니는 벌써 다 아는 것처럼 말했어요. 나만 몰라요? 나만 비밀이었어요? 치사해요!

"언제부터 와요?"

하고 물으니까,

"오늘부터."
"okay, 알았어요."

내가 오케이 하니까 엄마가 내 손 꼭 잡고 말했어요.

"왜 이렇게 수선이니."
"수선이 뭐예요? 수산 시장? 신발? 나 안 고쳐요."
"시끄럽다는 뜻이야."
"오, 그런데 애들은 원래 다 시끄러워요. 김래빈도 나처럼 시끄러워요."
"유진아, 대사."
"김래빈 어디로 가요?"
"같이 사랑에 계시지."
"그럼 둘이 있어요?"
"응."
"한 방에 둘이 있어?"
"왜, 장지문 닫구 외삼촌은 아랫방에 계시구, 그 아저씨는 윗방에 계시구, 그러지."

나 장지문 뭔지 몰라요. 그런데 타임아웃 돼서 넘어가요. 어쨌든 아저씨 나한테 잘했어요. 나도 마음에 들긴 했고요. 대본 보니까 그 아저씨는 하늘 간 아빠랑 친구였대요. 보컬 공부하다가 돌아왔는데, 우리 학교 선생님 한대요. 선생님같이 안 생겼어요! 배세진 형이랑도 동무고, 엄마랑도 안대요. 근데 잘 데 없어서 우리 집 잔댔어요. 밥값 받아서 엄마가 나 피자 사줘요.

그 아저씨는 내가 사랑방으로 가면 나를 자꾸 무릎에 앉히고 그림책 보여줘요. 이거 한글 파닉스예요. 나 이거 싫은데 과자 주니까 참아요. 그냥 과자만 주면 좋겠어요.

어느 날은 밥 먹고 사랑 가니까, 아저씨 밥먹고 있어요. 밥 먹는 거 구경하는데 아저씨가,


"유진이는 어떤 반찬을 제일 좋아하니?"

하고 물어봤어요. 그래 나는 피자를 제일 좋아한다고 했더니, 마침 상에 놓인 피자 한 조각을 집어주면서 나더러 먹으라고 합니다. 핫소스 뿌려서 먹으면서,

"문대형은 무슨 반찬이 제일 맛있어요?"

하고 물으니까, 한참 빙그레 웃더니,

"나는 직화무뼈닭발."

하겠지요. 나는 좋아서 박수를 짤깍짤깍, 짤깍이 뭐예요?

"나랑 입맛 달라요. 엄마한테 말해야지."

어쨌든 일어나니까 아저씨가 나 잡았어요.

"그러지 말어."

근데 말 하는거 내 마음이에요. 나 안마당 가서 엄마한테 소리 질렀어요.

"아현 형! 사랑 아저씨는 피자보다 닭발이 좋대!"
"떠들지 말어."

근데 아현 형이 눈치 줬어요. 아저씨 불쌍해요.

그리고 나도 불쌍해요. 엄마가 맨날 닭발만 사요. 닭장수가 오면 닭발만 사요. 마당에서 직화해서 매워요. 엄마는 토마토 사과만 먹으면서 맨날 마당에서 닭발 구워요. 닭발 굽다가 마당에 불났는데 엄마가 비밀하랬어요. 그 닭발 아저씨가 나도 닭발 줘서 먹었는데 아저씨가 불쌍했어요. 내가 한입 먹고 내려두니까 자기가 다 먹었어요.

나는 아저씨가 좋긴 한데, 김래빈은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아저씨 잔심부름도 척척해요. 누구 동생인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엄마랑 외삼촌이랑 둘이 아저씨 이야기하는 것도 들었어요.

"래빈아, 문대랑 같이 저녁 먹을래?"

그러니까 김래빈이 안절부절못하면서

"저랑 문대 형 단둘이 말씀이십니까? 그보단 아현형과 셋이 먹는 게…….어떻게 연장자를 두고 저 먼저,"
"여기 설정이 그런걸. 둘이 밥 같이 먹는 게 나도 치울 때 좋아."
"치, 치우는 건 제가 하겠습니다! 그러니 셋이 같이 먹어요!"

그러자 엄마가 활짝 웃으면서 삼촌한테 뭐라고 하고, 삼촌은 또 웃으면서 갔어요. 둘만 이야기하고 나빠요! 나도 문대형이 한 요리 먹고싶어요! 아현 형 미안하지만 요리 못해요…….

나 유치원 가서 일했어요! 안무도 짜고 노래 연습도 했어요! 우리 이번 앨범도 좋아요!
그런데 집에서도 연습하고 싶어요. 그래서 엄마한테 가서,

"엄마, 집에서도 안무 연습해도 돼요?"

하니까 엄마가 빙그레 웃어요. 빙그레 우유 맛있어요.

"연습은 연습실에서만 해, 층간 소음이 심하잖니."
"여기 아파트 아니에요."
"그럼 춤 연습만 하고 노래 연습은 하지 말렴."
"그럼 엄마도 같이 안무해요."

어머니는 아무 대답도 안 했어요.

"같이 춤춰요!"

하고 재촉하니까, 얼굴이 약간 흐려지면서, 울상, 울상이에요!

"연습은 좋지만……세진이도 그렇고, 다른 애들이 없는데 우리끼리만 매번 이러니……."
"나 이거 뭔지 알아요. 캐붕이에요."

나 메타발언 해버렸어요……. 미안해서 엄마한테 초코바줬어요.

이대로면 아현 형이랑 문대 형 분량 안 나와요. 그래서 엄마한테 아저씨가 줬다면서 꽃 줬어요. 그랬더니 엄마가 그거 꽂아뒀어요. 그리고 문대 형이랑 노는데 엄마가 노래 연습했어요. "아현이 목이 안 좋네." 아저씨 귀 진짜 좋아요. .......? 이거 아현 형이 문대 형 괴롭혀서 그런 거예요? "잠깐, 유진아, 잠깐잠깐." 밤에 둘이 한 거 이렇게 써도 괜찮아요? 입술이 뜨거웠다, 나 이거 뭔지 배웠 "잠깐, 잠깐만."

~아래 분량은 촬영 일정 상 문제로 편집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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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조금 외진 곳에 과부집이 하나 있는데 그 집은 식구들이 다 두문불출해서, 그 집 과부ㅡ선 씨 성을 가졌다ㅡ는 요 작은 마을 안에서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그 집 딸인 꼬맹이 계집애도 마찬가지라 마을 사람들 보기엔 여러모로 신비하기 짝이 없었다.

“모녀가 쌍으로 수상한 집안이야” “필시 과부인 게 부끄러워 그렇지” “예끼 요즘 그런 시대가 아니래두” 사람들은 자기 좋을 대로 떠들었고, 과부집은 늘상 그렇듯이 조용했다. 다만 그 집 과부는 독실한 면이 있어 꼬박꼬박 교회에 나가는 크리스트교 신자였는데, 일요일이 되면 아이의 손을 꼭 움켜쥐고 길을 나서는 과부를 볼 수 있었다. 그 과부가 부처도 고꾸라질 만큼의 미인이란 소문에 한때는 할 짓 없는 동네 총각들이 집 앞에 몰려 기다리기도 했으나 그것은 다 지난 적 이야기이고, 하도 나오지 않으니 그들도 흥미가 식어 이제는 과부도 평일에 가끔 딸 손을 잡고 마실을 나왔다. 그리하여 그 집 딸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새카만 머리칼에 큰 눈동자를 가진 참 귀엽게 생긴 아이였다. 인사성이 좋아 어른들의 예쁨을 받았는데, 그 때문인지 늘 입에 아메다마-알사탕-을 물고 있었다.

“수아라고 해요.”
“하이고 이름두 예쁘네. 어머니가 지어 주신 게야.”
“네에.”

마을 노인들이 모여 애를 둘러싼 채 귀여워하고 있으면 항상 과부가 급하게 달려와 아이를 데려가 버렸다. 아이, 그러니까 수아는 입안에서 열심히 다마를 굴리다가도 사랑하는 어머니가 오면 자리에서 펄쩍 일어나 “어머니” 하며 안기는 것이다. 그럼 그 예쁘다는 과부는 아이를 품에 꼭 안아들고선 바쁜 걸음으로 총총 집에 향했다. 그리고는 도망치듯이 대문을 걸어잠그는 것이 늘상 있는 일이었다. 그런 보수적이고도 방어적인 과부가 딸과 함께 사는 집에, 어느 날 자동차가 섰다.

“······아현아.”

멋진 양복을 빼입은 남자는 어머니와 면식이 있는 듯하였으나 수아에겐 영 낯선 얼굴이었다. 수아는 어머니의 등 뒤에 서 말끔한 인영을 훔쳐보려 했으나 햇빛 때문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참으로 고운 목소리구나, 하고 수아는 생각했다. 참으로 멋있다. 키도 크구···. 작은 손으로 꼭 쥔 어머니의 옷자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으나 지금은 아이는 알아채지 못했다. 그저 대지를 비추는 햇살 아래, 늦은 봄철 새들만 포롱포롱 울 뿐이었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우희

 


“아저씨 번거롭게 하면 안 돼.”
“네. 그럴게요.”
“그래, 다과 좀 갖다드리구······.”

저는 신이 나서 사랑으로 뛰어갔습니다. 한 손에 아저씨가 좋아하신다는 달지 않은 다과를 들고요. 저는 다과라면 글쎄요, 무지무지 단 것으로 할 텐데요. 아저씨는 단 걸 좋아하지 않으시나 보아요. 저는 문대 아저씨가 오신 날부터 매일 사랑으로 놀러가요. 아저씨는 정말로 좋으신 분입니다. 조금 무뚝뚝해보여두 사실 얼마나 다정하신데요. 맛있는 거라든지 재밌는 건 뭐든 저 주시구요. 동화책도 읽어주시고 언제는 노래도 불러 주셨어요. 짧은 소절이었지만요, 가수들만큼 잘 부르시는걸요.

제가 사랑 문을 열었을 때 아저씨는 책을 읽고 계셨습니다. 저는 이것도 아저씨가 읽어주시지 않을까 싶어 기대했지만요, 글쎄 이상한 말이 잔뜩 적혀 있더라구요! 아저씨 말로는 서양의 책이라던데, 저도 아저씨만큼 나이를 먹으면 읽을 수 있을까요? 아무튼, 아저씨는 종일 심심하지 않으실까 싶어 제가 좋은 생각을 해 봤답니다. 아저씨는 늘 방에만 계신걸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뒷동산으로 나들이를 가자구 졸랐어요. 그러니까 아저씨는 작게 웃더니 잠깐이면 좋다고 하시던걸요!

“넘어진다.”
“괜찮아요!”

네가 다치면 아저씨가 너희 엄마 볼 낯이 없잖아.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며 제 손을 단단히 잡고 발걸음을 맞춰 걸어 주셨어요. 어머니와는 또 다른 아저씨 손의 감촉이 신기해서요, 저는 한순간 ‘아저씨가 우리 아빠였다면’ 하고 생각했답니다! 동네 사람들이 저보고 온통 과부 딸이라고 부르는걸요. 잘은 모르지만 어머니가 과부라는 거겠죠? 아버지가 없어서 그런가 봐요. 그러니까 아저씨가 저희 아버지가 된다면······

“수아야.”
“아! 네에.”
“너 딴 생각 하고 있었지.”
“헤헤 그게······.”

동산이 높아서 다리가 아프다구 칭얼대니까 아저씨가 안아주셨습니다. 말로는 다 컸다고 하시면서요! 글쎄요, 아직 크려면 한참 남은 것 같은 기분인걸요. 저는 어머니만큼 커져서 어머니를 지켜드리고 싶은데요, 그렇게 될 수 있겠죠? 제가 그리 물으니까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저는 어쩐지 안심이 됐어요. 아저씨의 말은 항상 그래요. 안심이 된답니다.

“어머니는 건강하시고.”
“그럼요, 우리는 거의 매일 교회두 가는걸요.”
“그래? 교회라······.”

여전하네. 아저씨는 작게 중얼거리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저씨와 어머니는 어떻게 아는 사이인 걸까요? 분명한 건, 아저씨는 우리 아빠가 아닌데 말이죠. 저는 아빠 얼굴을 잘 모르지만 왠지 아저씨는 아닌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요. 그야 어머니와 아저씨는 어딘가 어색한걸요. 말도 잘 안 하시구···. 저는 사실 그게 속상합니다. 저는 아저씨랑 어머니가 더 친해져서 정말로 가족 같은 사이가 됐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아저씨가 우리 아빠라니, 정말 좋아. 아저씨도 그렇게 생각하실까요?

“아저씨, 우리 아빠 해요.”
“···뭐?”
“아저씨가 우리 아빠면 좋겠어!”
“인석아. 그런 말 하는 거···”
“치, 왜애!”

내 말에 아저씨가 짐짓 엄한 표정을 짓는 게 미워서 심통을 부렸어요. 아저씨는 내가 딸이 되는 게 싫을까요? 어머니는 또 얼마나 고우신데. 동네 아주머니들도 모이면 우리 엄마 미모 이야기를 한다구요. 그런 엄마가 싫다니··· 아저씨는 엄마가 싫다고 말하신 적도 없지만 제가 괜히 심통이 나 발을 굴렀습니다. 와중에도 동산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참 예뻤어요. 그래서 더 화가 났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제가 못내 속상한 티를 내자 아저씨가 주머니에서 사탕을 하나 꺼내 주셨습니다. 흥, 그러나 알 게 뭐예요. 저는 이런 걸로는 절대 넘어가지 않을 거니까 말이에요! 물론 주시는 건 받았지만서두요. 바람이 조금 추웠습니다. 제가 팔을 쓸자 아저씨는 “이만 가자” 하시며 또 저를 안아주셨어요.

“엄마아!”
“수아야. 어디 갔다 왔어?”
“히, 아저씨랑 쩌어 뒷동산에···.”
“아저씨 번거롭게 하면 안 된다니까···!”

놔 둬, 내가 가자고 했어. 어머니가 저를 혼낼 분위기가 되자 아저씨가 나서 주셨습니다. 어머니는 제 어깨를 꼭 붙들다가도 아저씨를 보고 금세 손에 힘이 풀리더군요. 아마 어머니도 아저씨에겐 뭐라 못 하시겠죠? 저는 아저씨의 뒤에서 실실 웃었습니다. 어머니는 역시, 눈을 내리깔고 아저씨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셨어요. 아저씨는 이렇게나 곧게, 절절하게도 어머니만을 바라보고 계신데 말이에요. 문밖에서 계란 장사 지나가는 소리, 아이들 고무줄 타는 소리가 들립니다. 곧 땅거미 질 시간인데 저녁은 언제 먹을 수 있을까요? 어머니 뺨의 붉은기가 노을 때문인지, 열 때문인지 모르겠는 오후였습니다.


.


며칠 후, 저는 심한 감기에 들었습니다. 열이 어찌나 팔팔 끓던지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어머니도 지극정성으로 저를 간호해 주셨지만 아저씨도 제게 맛있는 걸 한가득 주시고 책을 읽어 주시고 가셨어요. 지난 밤, 밤새 열이 떨어지지 않자 어머니는 제 이마에 올려놓은 물수건을 만지작거리다 밖으로 나서셨습니다. 이윽고 밖에서 아저씨 목소리가 들렸어요.

“이 시간에 왕진 올 수 있는 데가 거의 없어.”
“돈은, 괜찮으니까 제발··· 어디라도 좋아.”
“아현아. 들어가 있어, 일단.”
“그렇지만······.”

아프다고 정신까지 잃은 건 아닌데 아마 모르시겠지요? 제가 다 들었는걸요. 그나저나 어머니 아저씨가 말까지 편하게 하는 사이인지는 몰랐어요. 이대로라면 정말로 한 가족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싶어 아픈 와중에도 기뻤구요. 제가 아프니 일단 들어가 있으라는 아저씨 말에도 어머니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으셨나 봅니다. 곧 어머니의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어요. 저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목이 걸걸한 와중에도 마음이 너무 아파 눈물이 났습니다. 할 수 있다면 어머니 눈가의 눈물을 닦아드리고 싶었는데요.

“아현아. 선아현.”
“어떡해, 우리 수아··· 수아 큰일 나면······.”
“진정해. 감기일 뿐이니까. 날이 추우니까, 들어가서···”
“문대야······ 제발.”

깨질 것 같은 두통이 저를 괴롭혔기 때문에 저는 거기서 거의 정신을 잃었습니다. 때문에 거기서부터는 아예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저 그 순간, 주변의 모든 소리가 끊기고 아저씨와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것만 기억납니다. 창호지 밖의 그림자는 애틋하게도 꼭 서로를 껴안고 있는 것 같았어요. 물론 제가 아팠으니 잘못 본 거겠지만요. 아니, 오히려 좋은 걸까요? 둘이 점점 사이가 좋아져서 우리가 가족이 될 수 있다면요.

“수아야.”
“엄마아. 아저씨는?”
“얘도, 일어나자마자···.”
“으응, 아저씨는요?”
“······곧 기차 타구 다시 올라가실 거야.”

저는 어머니 말에 몹시 놀랐습니다. 아저씨가 돌아간다니요? 제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서요! 저는 이마에 올려놓은 물수건도 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답니다. 사랑채에는 이미 아저씨의 짐가방이 가득했어요. 저는 아직 다 낫지두 않은 목으로 아저씨를 크게 불렀습니다. 아저씨! 아저씨이······. 그러자 아저씨가 벌컥 문을 열고 나오셨어요. 간밤 꿈이었는지, 현실이었던지 구분도 안 가던 그때의 애처로운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고 또 뚱하신 얼굴이더군요. 아저씨는 늘 그래요, 무뚝뚝해 보이죠.   하지만 참 다정한 사람이에요. 저는 아저씨의 양복 옷깃을 잡고 매달렸습니다. 아저씨 가지 마요! 가지 말아요! 하지만 아저씨는 그저 평소의 차가운 얼굴로, 따뜻하게 제 뺨을 어루만져 주실 뿐이었어요.

그날, 어머니는 배웅을 나오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저는 혼자 뒷동산에 올라가 아저씨가 탄 기차가 출발하는 것을 지켜보았죠. 집에 돌아갔을 때 집은 언제 누가 있었냐는 듯 깨끗했고, 어머니는 평소와 같이 다정하게 절 안아주셨습니다. 제 뺨에 뽀뽀를 해 주시는 어머니의 입술이 뜨거웠지만, 저는 밀어낼 수 없었습니다. 아저씨는 왜 가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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