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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사랑

​/끄적끄적

사랑방,

 

 그것은 박문대와 배세진이 잠시 동안 머문 곳.

지금은 박문대가 떠나버려 다시 쓰지 않게 된 곳이지만 배세진은 그가 계속 돌아오기를 바라며, 하루하루 열심히 방을 청소하고 또 청소하고 또 청소했다.

 

 아주 잠깐 함께했던 시간은 배세진에게도 박문대에게도 너무 좋은 시간이었기에.

 

“하...”

 

 배세진은 매서운 겨울바람 때문에 손이 얼어가도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며 이불을 정리하고 바닥을 정리했다. 방 정리와 동시에 자신의 마음도 정리되면 좋으련만, 배세진은 매일매일을 정리하지 못해 박문대를 떠올릴 뿐이었다. 그런 박문대가 자신을 잊었는지, 이직도 사랑하고 있는지 그 무엇하나 알고 알 수 없지만. 배세진은 여전히 박문대를 사랑하고 있었다.

 

* * *

 

 홀로 지내던 박문대는 기차에서 내리려다 말았다. 지금 기차에서 내려야만 갈 수 있지만, 그의 마음속에 있는 사람을 보기 위해서는 되돌아가야만 했다. 추운 겨울, 홀로 있을 배세진을.

박문대는 한 손에 들려있는 가방을 움켜쥐고 다시 돌아가는 기차표를 사러 마음을 다잡고 발걸음을 옮겼다. 따듯한 기차 안과는 다르게 바깥은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러니 더더욱 잘 느껴지는 그의 빈자리가 박문대의 마음 한쪽을 아프게 했다.

 

“어디로 가시나요?”

“XX역이요. 성인 한 명.”

“네, XXX 원입니다.”

“여기.”

 

 박문대는 기차표를 받아서 들고, 기차표에 적혀있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다급히 움직였다. 그를 가장 빨리 만날 수 있는 기차표를 끊었더니 2분 후면 출발이었다. 무겁지는 않은 가방을 하나 끌어안고 다시 돌아가는 기차로 달려가 기차표를 역무원에게 보여주고는 자리에 털썩 앉았다.

 처음 그곳을 갈 때와는 다른 마음가짐이 어째서인지, 그때보다 훨씬 떨리고 긴장됐다. 다시 돌아갔을 때 배세진의 반응도 걱정이 되고 배세진이 이미 자신을 잊었으면 어쩌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물론, 다른 마음 한쪽으로는 그가 당분간은 그럴 일 없을 거라 조금이라도 확신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런 마음들이 한 데 섞이니 생각보다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그중에서도 배세진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그를 가장 설레게 했고 그를 가장 재촉하게 했다.

 

* * *

 

 박문대가 탄 기차는 몇 번의 다른 역을 들리고 나서야 도착했다. 박문대는 기차에 탄 순간부터 단 한 순간도 움직이지 않은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다가 도착했다는 방송이 울리고 나서야 짐을 들고 움직였다. 여전히 기차 안과 밖의 온도 차는 천지 차이였다. 박문대는 속눈썹을 슬쩍 건드리는 바람을 무시하고는 발걸음을 옮겨 곧장 배세진의 집으로 향했다. 아니, 정확히는 사랑방으로.

 

 기차역에서 꽤 거리가 되는 거리임에도 박문대는 자기 손이 시린지, 얼굴이 아려 오는지도 모르는지도 모른 채 발걸음만 재촉하다 결국 달리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다녔던 길이니 쉽게 배세진의 집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집 앞에 도착하고 나서 곧장 집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박문대는 허덕이는 숨만 고르며 가만히 대문만 바라봤다.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리면 문을 두드리라.라고 생각하며.

 

.......

 박문대는 그렇게 무슨 소리가 나길 기다렸지만 단 한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겨울이라 당연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소리 하나 들리지 않으니, 이제는 집에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닐지 확인을 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결국 큰맘 먹고 박문대는 대문을 똑똑- 두 번 두드렸다. 그의 소리에 대답하는 소리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박운대는 심호흡을 하고 다시 한번 두드렸다. 똑똑- 그렇지만 여전히 대답하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어디 간 건가...?”

 

 겨울은 해가 짧다. 박문대가 갔다가 다시 돌아온 시간을 생각하면 슬 해가 저물 시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점차 햇빛이 사라져 박문대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만이 내려앉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박문대가 밖에 서 있던 시간도 꽤 흐른 터라 박문대의 손은 점차 파랗게 변하기 시작했고 무얼 제대로 먹지 않은 탓에 배도 고프고 정신도 아득해지고 있었다.

 

“하...”

 

 박문대의 입에서 나오는 입김은 점차 많아졌고 박문대는 이내 대문 옆에 털썩 앉았다. 오늘 하루를 여기서 잘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꽤 끔찍했지만, 배세진도 없는 집 안에 멋대로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박문대는 하는 수 없다며 옆에 쪼그리고 앉아 몸을 웅크렸다. 그렇게 있기를 몇 분, 박문대의 의식은 이내 끊겼다.

 

 

 

 배세진은 사랑방을 정리하다 깊게 잠들었다가 어두워진 밖을 확인하고는 다급히 일어났다. 이부자리도 제대로 펴지 않은 상태로 잠들었던 탓에 목도 등도 아팠지만 저녁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 덕에 벌떡 일어나 문을 열고 주방으로 향하려 했다. 살짝 열려있는 대문을 발견하지 않았다면.

배세진은 열려 있는 문을 향해 곧장 달려가려다 이내 다시 돌아와 손에 책 한 권을 들었다. 이미 집안에 들어왔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했지만 일단 바깥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좋아... 일단 보이면 쳐,”

 

 배세진은 그렇게 웅얼거리고는 고개를 빼꼼 내밀고는 슥슥 둘러보다 무언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책을 든 손에 힘이 들어가 책은 구겨지기 시작했다.

배세진이 긴장한 상태로 대문을 열고 한 발, 한 발, 무언가를 향해 걸어가자 배세진은 책을 든 손에 힘을 탁 풀었다.

 

“박... 문대?”

“......”

 

 불러도 대답 없는 박문대를 확인한 배세진은 곧장 책을 바닥에 던지고 박문대의 얼굴을 만졌다. 차갑다는 그 이상의 온도를 느낄 수 있는 그의 얼굴은 그가 오랫동안 바깥에 있었다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게 했다. 배세진이 박문대를 업어 데리고 들어가려 했지만, 체구를 생각하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 배세진은 하는 수 없이 박문대를 깨웠다. 때리는 것은 절대 못 하니 볼을 살짝 꼬집어도 보고 머리를 쓰다듬기도 했지만, 박문대는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배세진은 조금 고민하다가 다시 집으로 들어가 이불을 두 개 들고 왔다. 하나는 박문대를 덮어주고 다른 하나는 자신을 덮었다. 그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줄 심산이었기에.

 

“박문대, 여긴 왜 온 거야... 아니, 왜 추운데 들어오지도 않고.”

“아니지... 그냥, 가지 말지-...”

 

 배세진은 홀로 웅얼거리며 박문대를 바라봤다. 잠자고 있는 모습 역시 자신이 너무 좋아하는 얼굴이라 지금이 꿈이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이 추위를 느끼면 절대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만큼 행복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배세진은 가만히 박문대의 얼굴을 바라보며 추운 겨울밤을 같이 보냈다.

 

 

 

 다시 일어났을 땐, 따듯하고 기분 좋은 사랑방 안이었다.

 

“잘 잤어요, 형?”

“으응...?! 박문대?”

“돌아왔는데, 여기서 지내도 될까요.”

 

 배세진은 여전히 상황이 파악되지 않아 눈만 끔뻑였다. 박문대는 그가 상황을 알아차릴 때까지 기다렸다. 이 정도 기다림은 당연히 껌이었다.

그가 눈을 떴을 때 자신의 옆에 있는 배세진을 발견하고 얼마나 깜짝 놀랐던지, 박문대는 망설임도 없이 배세진을 끌어안고 사랑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전처럼 짐도 이미 풀어놨고 배세진을 붙잡아둘 말도 몇 개 생각해놨다. 배세진이 자신을 내쫓을 수 없게, 자신밖에 볼 수 없게 만들려고.

 

“저는, 가고 싶지 않은데.”

“... 응, 가지 마.”

“네?”

“가지 말라고, 박문대.”

 

 배세진은 그렇게 얘기하고는 박문대의 옷깃을 잡았다. 작은 손가락으로 잡은 옷깃은 금방 그의 손을 놓고 갈 수 있을 정도로 약하게 잡혀 있었다. 그런데도 박문대는 움직이기는커녕 자기 손으로 배세진의 손을 잡았다.

 

"네, 안 가요. 그러려고 왔으니까.”

 

 박문대는 그렇게 얘기하고는 배세진의 이마에 살짝 입 맞췄다. 따듯한 온기가 따듯한 이마에 닿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황홀했다. 박문대에게도, 배세진에게도.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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